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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취준 일기

[2019년 상반기] 하계 인턴십 합격, 그리고 개발자가 된다는 것.

드디어, 붙었다.

처음 '입사'라는 글자가 적힌 메일을 받고, 이 기분을 남기고 싶어서 끄적여 보는 일기이다. 언젠가 다시 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는 나에게, '내 계획이 틀렸던 걸까? 이제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지금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8년 2월에 개발자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컴퓨터 공학이라는 것을 배웠고 대학교 들어와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었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한학기에 6-7전공을 들으며 거의 밥먹고 자고 일어나서 전공 공부만 하다보니 1년이란 시간이 금방 흘렀고, 나는 간신히 복수학위 학점을 채워 2019년 2월에 졸업을 했다.

열심히 한만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지만 그 성취감은 잠시뿐, 대학생이란 이름표가 없어지고나니 취준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나는 더이상 마음껏 도전하고 꿈을 찾아 헤맬 수 있는 대학생이 아니었다.

가족들을 포함한 내 주변사람들 중 그 누구도 내게 눈치를 준 적이 없었지만 오히려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이 미안하고 나도 얼른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리고 내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에 대한 결실을 이루고 싶어서, 또 다시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고, 계획을 수정하고 공부하기를 반복했다. 

 

2019.6.24 기준 현재까지 현황

면접도 가보지 못한 채 끝난 2019년 상반기

솔직히 내가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을지 나는 큰 확신이 없었다. 열심히 공부했고, 개발을 좋아하고, 좋은 프로젝트 경험도 있었지만, 나는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원할지 내 경쟁자는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 못했다. 정보가 부족했다.

그 결과 나는 2019년 상반기 동안에 4번의 서류 탈락 3번의 코딩테스트 탈락을 경험했다. 서류 탈락은 그렇게 아프지 않았는데, 코딩테스트를 탈락했을 때는 마음이 좀 아팠다. (돌아보면 코테 대비를 위한 알고리즘 공부를 한지 약 1~2개월 정도 되었을 즈음에 코딩테스트를 본 것이니, 탈락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그때 마음이 아팠던 이유는, 아마도 서류 상으로는 나를 "만나볼만한 사람"이라고 분류한 기업들로부터, 아직 기본자격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뼈아픈 평가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면접도 가보지 못하고 내 상반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나를 시험대에 올리는 연습

그렇게 일찍이 상반기가 끝난 나는 알고리즘에 집중했다. 나도 기본자격은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 독서실을 등록해 매일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왕도가 없다고 생각해서 알고리즘 스터디에도 참여하고 좋은 문제들을 풀어보고,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구현해보며 시간을 보냈다. 사실 이 기간동안 내가 취업 중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어버리기도 했다. 알고리즘을 풀다보면 재미있기도 했고, 또 문제가 풀릴 때 그 작은 성취가 하루하루 쌓여서 내가 취준생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게 해준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일같이 독서실에서 유유자적하게 알고리즘 공부를 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테스트는 경쟁이라는 사실이었다. 혼자 코드를 작성하고 제출을 하면 순위가 매겨졌고, 내 코드의 성능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나 혼자 열심히했다는 그 과정보다는, 몇 명중에 몇 등을 했느냐, 내 코드의 성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좋은지 나쁜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경쟁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에 돌입했다.

4월말부터는 구글 킥스타트, SCPC와 같은 코딩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둘 다 참여했다.) 하계 인턴 공고에 지원했다. 사실 인턴 공고는 합격을 위해 지원했다기보다는, 내 알고리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리고 나를 시험대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될 것 같다가, 안될 것 같다가의 연속

그렇게 시험삼아 지원했던 총 4곳 중에 총 3곳에서 서류 합격을 했고, 3곳 모두 코딩테스트를 통과했다. 3곳 모두 면접이 잡혔을 때에는 정말 어이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나 쉬운 일이 상반기 때는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하고 허무했다.

처음엔 그냥 코딩테스트만 보기로 생각하고 지원했기 때문에, 코딩테스트를 통과하면 "그래 여기까지면 만족이야. 지금까지의 노력은 방향이 틀리지 않았으니까. 자 이제 하반기 준비하자!"라고 생각을 할 줄 알았으나, 면접이 잡히자 사람 마음이 웃긴게 꼭 붙고 싶어졌다. 심지어 '3곳 모두 붙으면 어디를 갈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건방진 마음에서라기보다는, 누구든 으레 갖게 되는 기대심리였던 것 같다. 기대와 불안이 뒤엉킨 불안정한 시기였다.

뒤로 갈수록 포기하고 싶었다. 아직 하반기가 있으니 괜찮다는 마음도 들었다.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나도 걱정이였고, 주변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무서웠다. 

 

끝까지 가는 힘

결과는 2곳은 탈락, 내가 가장 원하던 회사 단 1곳에서만 합격 통지를 받게 되었다.

2월 25일 졸업을 했으니 이 합격은 딱 4개월만의 성취이다. 4개월이 나에게는 참 짧고도 길었던 시간이었다. 탈락할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나에게서 잘못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틀린 부분들을 몽땅 다 고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또 탈락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합격하고 난 지금,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내 방향이 틀리지 않았고, 열심히 잘했다."라는 것이다. 이번의 합격은 신께서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주는 확인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제와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내가 지쳐서 이 곳에 서류를 안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이었다.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100퍼센트로 가득찬 마음으로 서류를 쓰지만, 한단계 한단계 다음 전형으로 갈수록 에너지를 잃고 지쳐간다. 간절히 원해 얻은 기회마저도 금방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이 마음이 나약해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포기했다면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인생 전체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끝까지 가는 힘을 가진, 기회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

이제는 합격을 했으니, 합격 다음을 위한 계획을 다시 짤 것이다. 개발자로써 처음 회사에 들어가게 됐지만, 이는 단지 스타트라인에 선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내가 되고싶은 개발자는 알고리즘 공부만 열심히 하는 개발자는 아니었다. 개발을 좋아하고 개발을 잘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기에, 이제 또 다른 계획이 필요하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서 노력했던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서 부디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논어에서 무적야, 무막야라는 말처럼 반드시 옳은 것도 없고 반드시 그른 것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일도 잘될 때도, 안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안된 것처럼 보인 것이 잘된 것일 때도 있고, 잘된 것이 사실은 안된 일인 때도 있다. 

 

그러니 앞으로 또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힘을 잃지 않는, 한결같고 책임감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Stay Strong!